서정적인 J-POP들으로 이루어진 보카로 앨범입니다. 곡들 자체는 전반적으로 좋았습니다. 곡들 하나하나가 저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5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일관된 분위기와 스타일로 밀고 가다 보니 후반부에는 조금 물리는 감이 있어서 아쉬웠네요.
보컬로이드로 오페라를 시도한 작품입니다. 처음 음원으로만 들었을 때는 이게 뭐지 싶었는데 오페라라는 장르의 특성 때문인지 영상으로 감상해야지 진가가 나오네요. 비록 스토리는 저에겐 어려웠지만 영상미와 음악이 너무 좋아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감상했습니다. 색다른 보컬로이드 앨범을 찾는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보컬로이드의 가장 대중적인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한 곡 안에서 하나의 서사를 완결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구조는 앨범 전체를 하나로 스토리로 엮는데엔 다소 한계가 있기에 메이저한 보카로 아티스트들은 앨범 차원의 스토리텔링을 포기하고 사운드적 유기성만 챙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KurageP는 이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앨범 차원의 스토리텔링을 휼륭하게 해냈다. 맘같아선 그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건 직접 앨범을 감상하며 확인해보길 바란다. (MV를 보면서 앨범을 감상하면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이퍼플립, dnb, 슈게이징, 저지클럽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매 순간 번뜩이는 앨범을 완성했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녹여내면서도 각 장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앨범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내는 능력은 수준급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다음 앨범이 기대되는 아티스트다.
지금까지 보컬로이드 슈게이즈에서는 미쿠가 주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몽환적이고 포근한 분위기를 가진 슈게이즈에는 미쿠의 청량한 음색보다 테토의 차분하고 편안한 음색이 더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 앨범에서 테토의 보컬은 magnolia cacophony가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사운드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요즘 보컬로이드 씬의 MV들을 보면 MV는 귀여움을 어필하기 위한 요소로만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앨범의 MV들은 하나 같이 감동을 이끌어내는 요소로써 잘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만 하더라도 MV를 보면서 안 보면서 들었을 때의 청취 경험이 완전히 달랐다. pinocchio p가 원래 MV를 잘 쓰는 아티스트 중 하나이지만 이 앨범에서 고점을 찍은 것 같다. 앨범의 수록곡들 대부분 MV가 있고 MV엔 한국어 자막도 있으니 꼭 MV를 보면서 앨범을 들었으면 좋겠다.
가사 역시 이 앨범의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보는 사람과의 만남을 외계인과 지구인의 조우에 비유하거나 어른이 되어가면서 느끼는 좌절들을 부정적인 의성어로 형상화하는 등의 참신한 가사들로 나를 위로해주는 따뜻한 음악을 하는데 내가 환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1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대부분 정신없는(?) 음악들로 채워놓는 것은 청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